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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데이터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바로 틱데이터(thick data)와 빅데이터(big data)입니다. 틱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민속지학자와 인류학자를 비롯해 인간행동을 관찰하고 그 기저에 깔려있는 동기를 분석하는 사람들입니다. 빅데이터는 기업과 소비자가 맺고 있는 수백만 개의 접점에서 얻어집니다. 현재까지는 틱데이터와 빅데이터의 생성 및 활용주체가 매우 상이했습니다. 틱데이터는 주로 사회과학에 기반을 둔 회사들이 활용해온 반면에, 빅데이터는 데이터분석 관련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다루어왔고 주로 기업의 IT부서에서 담당했습니다. 그동안 틱데이터와 빅데이터는 서로 상관이 거의 없는 별개의 영역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틱데이터와 빅데이터를 결합한다면 두 영역이 지닌 각기 다른 문제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틱데이터의 강점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동기를 설명하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즉, “왜”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 있으나 “얼마나 많이”에 대한 답은 줄 수 없습니다. 빅데이터는 작은 모집단이 아닌 전체 고객의 데이터로부터 도출된다는 점에서 이의제기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행동의 정량적 측면만 반영하고, 그 행동의 동기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왜”라는 질문에는 답을 줄 수 없습니다.

 

틱데이터와 빅데이터를 결합해야 그림이 완전해지고 마케터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틱데이터와 빅데이터를 조합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고객 인사이트 연구의 핵심을 차지해오던 설문조사나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에 더 이상 기대지 않게 될 것입니다. 기업들이 고객의 동기와 태도를 분석하기 위해 수없이 시행하고 있는 설문조사와 FGI는 사실상 전략적 가치가 미미합니다.

 

매출하락과 시장점유율 감소에 시달리던 유럽의 한 대규모 슈퍼마켓 체인의 사례를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해당 체인의 CMO(Chief Marketing Officer, 최고마케팅책임자)가 매출자료를 확인하니,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주말에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도통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주말 쇼핑객 감소의 원인을 찾기 위해 CMO는 전통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각 나라에서 고객 6,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80여개 항목에 걸쳐 구매의사 결정과정과 가격민감도에서부터 브랜드의 중요성과 구매 기회와 감정에 이르기까지 구매에 관한 모든 것을 물어보는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조사결과는 어떠한 인사이트도 제공해주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구매결정요인 중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하면서도, ‘비싸더라도 품질이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한다’라고 응답한 고객이 80%나 되었습니다. 이른바 식도락가의 75% 이상은 할인점에서 장을 본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고객을 할인점에 빼앗기고 있다는 것은 경영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왜 품질 좋은 제품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던 것일까요?

 

고객이탈의 원인은 설문조사 이전보다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었고, CMO는 틱데이터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소비자들의 가정과 일상을 관찰함으로써 통찰을 얻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회과학연구자로 구성된 조사팀은 소비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들이 장을 보는 모습, 가족들과 식사하는 모습 등을 면밀히 관찰하였습니다.

 

조사결과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에 큰 변화가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사람들의 식습관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이 변화했던 것입니다. 일반적인 가족의 일상적인 행태는 사라졌고, 바로 다음 주에 어떤 일정이 있을지 예측하기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단서는 평일날 가족 식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던 습관이 사라졌던 것입니다. 이제 많은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각각 따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집 안의 식탁은 작업공간이 되었으며, 앉아서 식사를 하는 공간은 다른 방으로 밀려났습니다.

 

생활패턴의 이와 같은 근본적인 변화는 장보기 습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주 평균 9번 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3번 장을 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특정 슈퍼마켓에 충성도를 보이기보다는 재빠르고 쉽게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상점을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면서 지쳐버린 소비자들은 각기 다른 슈퍼마켓에서 신중하게 가격비교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조사를 통해 드러난 또 다른 사실은 가격과 품질에 대한 기존의 관념이 매우 표면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슈퍼마켓을 ‘할인점’, ‘고급 슈퍼마켓’ 등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각 상점의 분위기와 그곳에서의 경험에 따라 형성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슈퍼마켓은 효율성이 높다고 인식되기도 했고, 신선한 지역 농수산물을 판매한다고 인식되는 슈퍼마켓, 비싸지 않아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슈퍼마켓도 있었습니다.

 

CMO는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면 편리하면서도 차별화되는 고객경험, 즉, ‘분위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사이트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마케팅팀은 슈퍼마켓의 빅데이터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각 매장의 위치와 쇼핑규모의 연관성을 산출해봄으로써 편의성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결과, 교통량이 많은 지역의 슈퍼마켓 체인이 가장 매출이 많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외곽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분위기와 쇼핑경험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매장 크기와 구매자의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살펴보았습니다. 실적이 좋은 슈퍼마켓 체인은 주변 인구의 특성에 잘 맞아떨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사 매장은 주변 인구와 부합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데이터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자사 매장이 제공하는 쇼핑경험은 고객의 특성과 동떨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CMO는 가격인하에 집중하는 대신, 고객의 달라진 생활패턴에 부합하는 독특한 쇼핑경험을 제공하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선택하였습니다.

 

이 사례의 시사점과 같이 기업의 마케팅담당자들은 빅데이터와 틱데이터의 강점과 약점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CMO는 빅데이터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고, 매출이 ‘왜’ 하락하고 있는지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틱데이터를 통해서는 매출하락 이면의 근본적인 변화를 감지하는 데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었고, 해당 슈퍼마켓 체인이 속해 있는 비즈니스의 범주를 재고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CMO는 자사 매출을 다시 안정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전략수립의 방향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탄탄한 전략체계로 무장한 CMO는 정성적 조사결과를 정량적으로 재확인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다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수는 얼마나 되고, 그들의 쇼핑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 어느 매장에서 쇼핑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빅데이터)’와 ‘그 일의 원인(틱데이터)’을 끊임없이 오가며 분석해야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마케팅담당자들이 빅데이터와 틱데이터를 결합해 활용하려면 고객담당부서뿐 아니라 CFO와도 긴밀히 협업해야 합니다. 많은 회사들은 취약한 데이터소스는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틱데이터를 입수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없어 빅데이터가 여러 부서에 분산되어 있거나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효과적인 활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빅데이터와 틱데이터를 결합해 활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업무프로세스를 변경해야 하고, 새로운 인력을 고용해야 하고, 익숙한 업무절차가 아닌 다른 곳에 예산을 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데이터의 힘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설문조사와 FGI에 낭비되었던 예산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입니다.

 

* 원문제목: Big Data is Only Half the Data Marketers Need

* 한글제목: 마케터에게 빅데이터는반쪽짜리 데이터에 불과합니다

* 저자: 미켈 B. 라스무센(Mikkel B. Rasmussen),안드레아스 W. 한센(Andreas W. Hansen)

* 저자소개: 미켈 B. 라스무센은 컨설팅사 레드 어소시에이츠(ReDAssociates) 유럽지사 디렉터(Director)로, TheMoment of Clarity: Using the Human Sciences to Solve Your Toughest BusinessProblems (HBR, 2014)의 공동저자입니다.

안드레이스 W. 한센은 뉴욕 레드 어소시에이츠의 senior manager로, 기업전략 및 전략적 혁신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 원문링크: https://hbr.org/2015/11/big-data-is-only-half-the-data-marketers-need

* 번역: 이민영 / HBR포럼코리아(hbrfor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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