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Harvard Business Review 2017년 1-2월호의 아티클 ‘Customer Loyalty Is Overrated’의 내용을 정리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인 글입니다. –

Customer Loyalty Is Overrated

by A.G. Lafley and Roger L. Martin

누적우위 창출을 위한 4가지 원칙

첫 번째 포스팅에서 누적우위가 곧 경쟁력이라는 주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누적우위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저자들은 다음 4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1. 시장을 조기에 장악하라 (Become popular early).

2. 습관 형성을 목표로 디자인하라 (Design for habit).

3. 브랜드의 틀 안에서 혁신하라 (Innovate inside the brand).

4. 단순한 메시지로 소통하라 (Keep communication simple).

저자들이 제시한 사례와 함께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시장을 조기에 장악하라 (Become popular early).

P&G의 세제 브랜드 Tide는 누적우위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무엇보다 초기부터 시장의 점유율을 무섭게 높여갔던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1946년, P&G는 Tide를 출시하면서 무지막지하게 광고를 해댑니다. 광고 노출에서는 따라올 동종 제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세탁기와 함께 Tide를 끼워 파는 물량 공세를 폈습니다. 미국에서 세탁기를 한 대 사면 Tide 한 상자가 따라왔습니다. 소비자들은 환영했고 그것으로 게임은 끝이었습니다. Tide는 급속도로 시장을 장악했으며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으니까요.

초창기 Tide 광고

초기부터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려면 공격적인 가격정책이 효과적입니다. 무료 샘플이나 무료 혜택이 괜히 단골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닙니다. 공짜라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 두 번 사용하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되기 때문이죠. 구글, 트위터, 인스타그램, 우버, 에어비앤비 등 인터넷 비즈니스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우버 같은 기업들은 매년 천문학적 금액의 손실을 보면서도 경쟁자보다 빨리 덩치를 키우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이익보다는 매출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듯합니다. 다름 아닌 초반에 시장을 장악해서 누적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버의 ’14년과 ’15년 매출 및 손실 규모 (출처: www.businessinsider.com)

2. 습관 형성을 목표로 디자인하라 (Design for habit).

맨 처음에 소개한 인스타그램의 로고 변경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누적우위 확보라는 관점에서 인스타그램의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습관은 익숙한 선택을 반복할 때 형성됩니다. 일단 어떤 대상에 익숙해지면 그 겉모습이 투박하더라도 우리는 별로 개의치 않게 됩니다(익숙해지면 유해진도 멋져 보입니다. 갑자기 유해진이 원빈처럼 성형하고 나타난다면 어느 누가 반가워할까요?). 이 점에서 인스타그램은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로고와 UI를 너무 가볍게 폐기처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대 심리학 교수인 아트 마크맨은 습관 형성을 목표로 디자인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을 제시합니다. 우선 디자인에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에 일관성이 있으면 멀리서 봐도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인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야 소비자의 눈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 원칙에 대단히 충실합니다. 페이스북의 이른바 룩앤필(look and feel)은 데스크톱과 모바일에 일관되게 흐릅니다. Tide의 밝은 주황색, Doritos의 로고도 한눈에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의 좋은 예입니다.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보여주는 사례들

마크맨 교수가 제시하는 두 번째 원칙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라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페이스북 열성 이용자들은 페북질이 곧 일상입니다. 페북으로 뉴스와 각종 소식을 접하고, 지인들과 소통하며, 사진이나 글을 포스팅하는 것 자체가 생활입니다. 일상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니 습관을 넘어 중독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페브리즈도 처음에는 유리창 클리너를 닮은 용기 모양 때문에 싱크대 밑에 처박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손이 자주 가지 않았죠. 그래서 자주 찾는 수납장과 어울리도록 용기 디자인을 바꿨더니 사용빈도가 높아졌습니다. 저도 다이슨 청소기를 산 후 청소를 더 자주 하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무선이기 때문에 간편하고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주변 분위기를 해치지 않아서 청소기 임에도 거실에 두고 쓰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와 딱 달라붙어 항시 사용하는 애플워치나 핏빗, 샤오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도 습관 형성을 목표로 디자인된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3. 브랜드의 틀 안에서 혁신하라 (Innovate inside the brand).

P&G가 Tide를 앞세워 세제 시장을 장기집권하고 있기는 하지만 늘 고객의 환영을 받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익숙한 브랜드의 틀을 깨는 생뚱맞은 제품이 나왔을 때는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기도 했습니다. 1975년, P&G는 혁신적인 액체 세제를 개발하여 Era라는 새 브랜드로 출발시킵니다. 하지만 Era는 Tide에 익숙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합니다. 절치부심한 P&G는 Era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1984년, Tide의 포장과 브랜드를 그대로 적용한 Tide Liquid를 내놓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후발 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Tide Liquid는 이후 액체 세제 시장에서 절대 강자에 등극합니다. Tide 브랜드의 틀을 깨서 어려움을 자초한 또 다른 사례로 Tide Cold Water가 있습니다. P&G는 전통적인 밝은 주황색 대신 파란색 포장 용기로 Tide Cold Water를 출시합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다시 주황색 용기 디자인으로 돌아가는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P&G는 브랜드의 틀, 즉 익숙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그래서 Tide 제품군을 보면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Tide 브랜드의 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표백제와 세제를 결합한 제품인 Tide Plus, 획기적인 찬물 세탁 기술이 들어간 Tide Coldwater, 혁명적인 캡슐 세제 Tide Pods 등이 이런 전략을 잘 보여줍니다.

Tide 제품군

물론, 기업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제품을 계속 개선하려고 시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익숙한 선택을 하는 고객의 심리를 배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플릭스의 변신 과정은 그 점을 잘 보여줍니다. 넷플릭스는 DVD를 우편으로 대여해주는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사업모델을 고수했더라면 지금의 넷플릭스는 존재하지 않았겠죠. 시대의 흐름을 간파한 넷플릭스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변신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그 변신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고객들의 심리를 관리하기 위해 넷플릭스가 접근한 방식입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넷플릭스는 ‘무엇이 달라지는지’보다 ‘무엇이 변함없는지’를 강조했습니다. 브랜드의 룩앤필을 그대로 유지했고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구독형 서비스라는 점을 인식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고객들도 기존 사용 습관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는 ‘새로움’보다는 ‘개선’을 훨씬 편하게 받아들입니다. 적어도 고객 경험 차원에서 볼 때, 혁신(革新)은 ‘가죽을 벗겨내는 방식’이 아니라, 서서히 ‘물들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과거(좌)와 현재(우)

 4. 단순한 메시지로 소통하라 (Keep communication simple).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과학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 뇌가 사용하는 의사결정 방식을 ‘빠르게 생각하기’와 ‘느리게 생각하기’으로 분류합니다. ‘빠르게 생각하기’는 무의식적으로 습관에 따라 의사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느리게 생각하기’는 의식적으로 요모조모 따져가며 신중하게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마케터와 광고회사는 ‘느리게 생각하는’ 반면, 소비자는 ‘빠르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은 나름대로 광고를 영리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A부터 Z까지 최대한 어필하려 합니다. ‘느리게 생각하는’ 소비자는 광고에서 나열하는 장점을 두루 따져보고 가치 있다고 판단하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입니다. 공들여 만든 광고에 사람들이 반응하면 마케터도 쾌재를 부를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데니얼 카너먼과 그의 저서 “Thinking Fast and Slow”

2014년 초, 삼성전자는 야심작 갤럭시S5를 공개합니다. 삼성은 기존 스마트폰(특히 아이폰)과 차별되는 몇 가지 점을 특히 부각하고자 했습니다. 당시 광고를 보면 아이폰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며 갤S5의 장점을 설명합니다. 마치 “갤럭시S5는 아이폰과는 달리 물에 젖어도 끄떡없고, 아이가 갖고 놀다가 실수로 문자를 보내지 않도록 차단할 수 있으며, 당연히 배터리 교체도 가능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느리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월등한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반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상당수 사람은 광고에서 나열하는 메시지 중 일부에만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평소에 “방수 기능이 있는 제품은 뭔가 조잡해”라거나 “배터리 갈아 끼우는 게 얼마나 귀찮은데”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광고에서 구매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할 지도 모릅니다.

우리 뇌는 게으릅니다. 굳이 복잡한 메시지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제품의 장점을 구구절절 설명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제품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휴대폰의 방수 기능을 보여주는 단순한 메시지나 이미지가 더 강력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실사용자가 작성한 “방수 기능 완전 좋아요!”라는 짧은 후기가 광고에서 나열하는 10가지 장점보다 소비자의 마음을 더 쉽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마케터는 자신이 머리를 굴려 가며 기획한 광고 메시지가 ‘빠르게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너무 복잡하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화자찬하는 메시지의 성찬 속에 정작 필요한 고객과의 소통은 빈곤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markconner.typepad.com

아티클은 “급변하는 세상에서 경쟁우위를 계속 지키기는 불가능하다”라는 주장이 과장되었다고 말합니다. 다만, 지금과 같이 변화가 심한 시대에서는 고객의 의식적인 선택은 물론 무의식적인 선택까지 받는 제품과 서비스라야 경쟁우위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무의식적인 선택은 ‘습관’, ‘쉬운 선택’, ‘게으른 뇌’, ‘빠르게 생각하기’ 등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렇게 보면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의 무의식을 통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케팅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무의식은 기업이 우리에게 행사하는 권력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권력은 ‘강제’가 아니라 ‘습관’으로서 등장할 때 더 큰 안정성을 얻는다”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이 아티클은 더없이 잘 증명하고 있습니다.

원문: Customer Loyalty Is Overrated

에디터 김주영
* 김주영 에디터는 HBR포럼코리아 운영진으로, 강남 English Club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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