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Harvard Business Review 2017년 1-2월호의 아티클 “The Stretch Goal Paradox”의 내용을 정리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인 글입니다. –

2012년 7월, 야후는 머리사 마이어(Marissa Mayer)를 새 CEO로 임명합니다. 끝 모르게 추락하는 ‘원조 인터넷 포털’은 특급 구원투수가 필요했습니다. 스탠퍼드대 졸업, 구글 첫 여성 엔지니어, 30세에 부사장 승진. 머리사 마이어는 분명 유능한 인물이었습니다. 마이어는 CEO 취임 후 명가 재건의 기치를 겁니다. 그리고 야심 차게 목표를 내놓기 시작합니다. 5년 뒤 두 자릿수 성장, 유튜브와 견줄만한 비디오 플랫폼 구축 등 대부분 달성하기 벅찬 목표였습니다. 위기에 빠진 야후. 야후를 위기에 빠뜨린 구글의 주역(마이어의 별명은 무려 ‘Googirl’이었습니다). 이 둘의 결합은 여러모로 화제였습니다. 다양한 전망이 나왔지만, 관심거리는 하나로 모였습니다. “마이어가 야후를 구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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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guardian.com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이어는 야후를 구원하지 못했습니다. 초라한 성적표가 이를 증명합니다. 매출은 정체하고, 손실은 불어났습니다. 두 자릿수 성장은 꿈같은 얘기일 뿐입니다. 거창하게 내건 8대 목표 중 6개는 물 건너 가버렸습니다. 현재 야후는 버라이즌과 핵심 사업인 인터넷 부문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협상이 마무리되면 마이어는 야후를 떠나게 됩니다. 구원투수가 되길 원했지만, 패전투수가 된 머리사 마이어. 이제 야후 직원들은 화려했지만 실속은 없었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에 빗대어, 그녀를 ‘에비타’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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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anityfair.com

경영자라면 불가능에 도전해 위대한 성과를 내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입니다. 현재 관행과 기술, 지식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목표. 경영 세계에서는 이를 스트레치 목표(stretch goal)라고 합니다. 머리사 마이어가 내건 패기 넘치는 목표들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아티클에서는 우리가 스트레치 목표를 오해할 뿐만 아니라 오용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연구에서 얻은 흥미로운 통찰을 꺼내놓습니다.

스트레치 목표가 도대체 뭔데?

일단, 스트레치 목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해보겠습니다. 저자들은 스트레치 목표가 다음 두 가지 면에서 그냥 도전적인 목표(challenging goal)와 다르다고 말합니다.

1. 난공불락 (Extreme Difficulty)

웬만해서는 스트레치 목표라 할 수 없습니다. 일단 말도 안 되게 달성하기 어려워야 합니다. 직원들 사이에서 “미친 거 아냐?”, “우리 이제 다 죽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와야 합니다. 1972년, 신생 항공사였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자금 부족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보유 여객기 4대 중 1대를 매각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비행기가 줄면 운항편수도 줄여야 상식입니다. 그런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상식을 깨는 선택을 합니다. 운항 스케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지요. 단, 그게 가능하려면 턴어라운드 시간을 10분 내외로 단축해야 했습니다. 턴어라운드 시간이란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해서 사람과 화물을 내려주고, 행선지로 가는 승객과 화물을 새로 태워 게이트를 떠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입니다. 당시 업계 평균 턴어라운드 시간은 1시간에 육박하고 있었습니다. “10분 턴”은 분명 불가능해 보이는 스트레치 목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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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달성하기 어려워야 스트레치 목표다 (출처: pixabay.com)

2. 환골탈태(Extreme Novelty)

하던 대로 하면 망하던 대로 망합니다. 거창한 꿈을 꾼다고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지는 않습니다. 난공불락인 목표에 도전하려면 실행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단지 더 열심히 해서 이룰 수 있다면 보통 목표에 지나지 않습니다. 스트레치 목표는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새로워지는 환골탈태를 요구합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0분 턴을 위해 업무 관행에 대폭 변화를 줬습니다. 비행기가 게이트에 닿으면 군사작전을 벌이듯 신속하게 주유, 하역, 정리, 탑승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항상 10분 턴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운항 스케줄을 소화할 정도로 시간을 단축하는 데 성공합니다. 오늘날, 10분 턴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보안규정이 까다로워지고 기내 반입 수하물이 늘어나서 소요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여전히 업계에서 가장 빠른 평균 25분 턴을 자랑합니다. “10분 턴” 스트레치 목표는 사우스웨스트항공에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1982년 “10-minute Turn” 광고 (출처: youtube.com)

하지만 스트레치 목표가 무리수에 불과했던 경우도 허다합니다. “향후 신재생 에너지로 100% 대체” (2005년, 월마트), “내부 개발 기술로 5년 후 매출 100배 성장” ( 1993년, Ontario Hydro), “경제성장률 7% + 국민소득 4만 불 + 세계 7위권 선진대국” (2008년, 이명박 정부) 등은 거창하지만, 물거품이 된 목표들입니다. 스트레치 목표를 내걸었다가 실패하면 조직에 후유증이 찾아옵니다. 실패 경험으로 두려움과 무력감이 팽배해집니다.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생깁니다. 자연스레 성과는 타격을 입습니다. 무작정 스트레치 목표를 내세워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조직에 스트레치 목표가 필요한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저자들은 그 성공 조건으로 2가지를 제시합니다.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스트레치 목표의 성공 조건

1. 최근 성과 (Recent performance)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조직은 최근 성과가 어떻습니까?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에 성공했습니까? 자타공인 중요 업적이나 성과를 거뒀습니까? 그렇다면(그리고 두 번째 조건을 만족한다면), 스트레치 목표에 도전해 볼 만합니다. 성공 모멘텀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연이은 성공은 자신감이자 추진력이 됩니다. 최근 성과와 모멘텀의 효과가 가장 도드라지는 영역은 운동 경기입니다. 연승하는 팀이 있고 연패하는 팀이 있습니다. ’15/’16 시즌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레스터시티( Leicester City)처럼 만년 꼴찌 후보라도 기세를 타면 우승까지 해버리는 동화를 쓰기도 합니다. 성공 모멘텀 효과는 기업활동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애플, 다이슨, 픽사 등 혁신적인 제품과 히트작을 연속해서 내놓는 회사들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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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과가 좋으면 성공 모멘텀이 붙는다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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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시즌 EPL 우승팀 레스터시티 (출처: mirror.co.uk)

2. 잉여 자원 (Slack resources)

스트레치 목표의 성공 조건 두 번째는 잉여 자원입니다. 예산과 인력, 장비, 시간 등이 남아도는 조직은 스트레치 목표 달성에 유리합니다. 스트레치 목표에 도전하려면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기존 방식을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대안을 다양하게 실험해볼 수도 있어야 합니다. 잉여자원이 없는 조직은 버리지 못합니다. 투자하는 셈 치고 통 크게 지르지 못합니다. 포기하는 자원은 너무나 확실하지만, 무엇을 얻을지는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예산을 팍팍 밀어준다고 해서 스트레치 목표에 닿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자원을 투입하면서, “너, 이번에 실패하면 죽어”라고 윽박지른다면 정말 아이디어가 죽습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 실패해도 용인하고,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심리 자원도 물리 자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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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치 목표의 두 번째 성공 조건, 조직의 잉여 자원 (출처: forbes.com)

스트레치 목표의 역설

그렇다면 아티클의 제목인 “스트레치 목표의 역설 the stretch goal paradox”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해, 스트레치 목표가 정작 필요한 조직은 관심을 안 보이고, 스트레치 목표를 피해야 할 조직은 무리하게 도전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최근 호성과를 올리고 잉여 자원도 풍부한 조직은 스트레치 목표에 도전해볼 만 합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런 기업이 더 몸을 사린다고 주장합니다. 괜히 새로 도전했다가 기존 성과가 퇴색될까봐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일 수도, 갖고 있는 걸 잘 지키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승리감에 도취해 안주하다가는 미국 최대 비디오 대여점이었던 블록버스터, 아날로그 필름의 상징 코닥처럼 순식간에 몰락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반면, 실패를 거듭하고 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조직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거창한 목표는 독입니다. 그럼에도 큰 거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어 보려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모한 도전을 하면 예능에서 웃음을 줄 수는 있어도, 비즈니스에서는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후와 머리사 마이어는 그 ‘웃픈’ 결말이 어떨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Corporate Rain Danc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조직의 기우제 춤”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고대에는 가뭄이 들면 비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춤을 췄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사람들은 정말 춤을 추면 비가 내린다고 믿었을까요? 비를 불러오리라 확신은 없지만, 뭐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기 때문에 기우제 춤을 췄던 것은 아닐까요? “Corporate Rain Dance”는 이렇듯 본질적인 목표 달성(비)과는 동떨어진 보여주기식의 전략 설정(제사와 춤)을 비꼬는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여러 스트레치 목표도 “조직의 기우제 춤”에 불과할 수 있겠다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들은 스트레치 목표에 도전할 것인지 판단하려면 먼저 최근 성과가 좋은지, 잉여 자원은 있는지 점검하라고 조언합니다. 신의 한 수는커녕 무리수와 악수(惡手)를 거듭하는 조직들에게 이 아티클은 스트레치 목표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지혜를 가르쳐줍니다.

원문: The Stretch Goal Paradox

에디터 김주영
* 김주영 에디터는 HBR포럼코리아 운영진으로, 강남 English Club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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