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과 삶 속, 언제나 의미를 찾아내는 화장품 마케터

전소영

HFK Contents Partner (잇플레이톡)

  • 현) 화장품회사
  • 전) 삼성전자


소영님은 전자제품과 화장품을 섭렵한 마케터이다. 인터뷰어의 화장품 추천 요청에 다양한 제품의 특징, 사용감, 성분, 패키지까지 막힘없이 술술 읊어낸다. 남다른 애정이 묻어나는 경험담까지 더해지니 이미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된다. 화장품 탐구정신 부족한 인터뷰어는 한번 정착한 제품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편인데, 소영님이 추천해준 제품을 검색 후 새로운 화장품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전문성은 인터뷰 중에도 발휘된 셈이다.

조직 내 여성으로서 살아오며 다져진 뚜렷한 주관을 섬세한 표현으로 풀어내는 인터뷰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평온한 어조에서 엿보이는 강직함은 수많은 일을 겪어낸 내공일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자신만의 포지션을 정의하며 담담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이런 선배가 인터뷰어에게도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HFK에서는 [잇플레이톡] 테마의 북토크도 리딩하고 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기자준비생활을 거친 소영님에게 독서는 생활이다. 영상을 소비하는 시대지만 ‘그래도 고급정보는 텍스트로 유통된다’라는 신념이 있는 그녀에게서 북토크 세션의 남다른 준비기를 들으니 기대가 한층 더 높아진다.

추천 받은 제품을 기재할 수 없는 안타까움은 뒤로 하고, 화장품 뚜껑이 ‘탁’하고 닫히는 그 짜릿한 손맛도 놓치지 않는, 천상 화장품 마케터인 소영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2015년 10월 HFK의 한 모임에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내가 제일 잘 알고, 좋아하면서

취미이기도 한 것들이

업무에 도움이 되는거예요.

그럴 때 굉장히 행복하죠.

 

지금까지 두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어요. 학창시절부터 마케팅을 염두해 두었을까요

원래는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고등학생 때 손석춘 기자의 <신문 읽기의 혁명>이라는 신문 편집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다룬 책을 보고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대학교 3~4학년 시절, 기자가 되기 위한 여러 대외 활동을 했죠. 그런데 모든 조직 생활이 그러하듯이 제가 목격한 언론의 세계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스스로의 의지로 이슈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 길에 인생을 걸어도 될까 고민하고 방황을 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다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본인의 역량에 좌우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커서 도망가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첫 사회생활을 삼성전자에 시작하셨어요.

취업 준비생 시절 들었던 가장 인상 깊은 말이 ‘확실한 꿈이 없다면, 첫 직장생활은 일단 대기업에서 시작해라’ 였어요. 유일했던 꿈을 포기하고 나니 그 얄팍한 문장만이 저를 이끄는 동아줄이 되어줬어요. 제가 입사지원서를 쓰던 2005년 즈음이 다행히 대기업 공채 문화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여서 그 공채의 파도 끝자락에 어영부영 올라탔던 것 같아요.

마케팅 쪽으로 지원하게 된 건, 일단 국문과 출신이 갈 만한 경영지원(홍보) 직군은 TO가 적으니 승산이 낮다고 판단했어요. 오히려 기자 시험을 준비하면서 쌓았던 경력을 TO가 더 많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맞게 스토리를 풀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별다른 장기 계획 없이 생각이 흐르는 데로 이끌려 갔었네요. 제가 그런 식으로 막판에 경로를 변경해도 취업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였던 것 같아서, 대학 1학년 때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지금의 취업 준비생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기는 해요.

2019년 3월 필드트립 중 @남산 피크닉

삼성전자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제가 김치냉장고를 담당하던 시절인데, 그 때 M/S 1위가 만도의 ‘딤채’였어요. ‘딤채’라는 브랜드 자체가 김치냉장고의 대명사로 여겨질 때였죠. 김치냉장고는 뚜껑이 상부에 달린 낮은 형태가 대세였는데, 똑같이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서 용량을 더 크게 만들고 냉장고처럼 스탠딩 타입으로 만들었죠. 냉장고를 보조하는 ‘멀티 냉장/냉동고’ 역할로 컨셉도 더 확장했고요. 상품개발부터 광고, 프로모션까지 대대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결국 M/S 1위를 달성하게 되었어요. 명확한 목표를 정해놓고 인력과 예산을 공격적으로 짧은 기간에 투입해서 달성 해내는 거죠. 저도 그 일원으로 속해 있었지만 작정하고 달려드는 ‘Fast Follower’ 전략의 무서움을 실감했어요.

또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전자는 기업 브랜드와 별개로 다양한 카테고리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었어요. 냉장고는 ‘지펠’, 그 외의 에어컨, 세탁기 등을 통합해 ‘하우젠’을 붙였죠. 한 때는 카테고리 브랜드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선도했지만 그걸 다시 기업 브랜드로 되돌리는 작업을 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인생도 그렇지만 브랜드의 흥망성쇄 또한 한 치 앞을 알 수 없구나 싶었죠.

전자제품 회사에서 화장품업계로 이직하셨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삼성전자에서 7년 일하고 지금 이 곳에서도 7번째 해를 맞이 했네요. 삼성전자에서는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기계의 작동원리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마케터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고, 제가 가전제품의 열렬한 소비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가전제품을 활용한 집안일 자체에 관심이 없거든요. 지금 돌이켜 보면 꼭 그 제품의 헤비유저여야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제 안의 ‘원칙주의자’의 목소리가 커졌던 것 같아요. 화장품은 스스로도 ‘코덕’이라고 자부할 만큼 오랫동안 소비자로 살아왔으니, 이미 갖고 있는 지식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화장품 회사로 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화장품 회사의 하루는 다른 회사와 다를 거 같아요

일하면서 좋은 점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화장품 브랜드 사이트를 탐색하거나, 거울을 보고 화장품을 테스트하고 잡지를 펼쳐 참고하는 것도 일의 일부라는 것이에요. 내가 제일 잘 알고, 좋아하는 취미가 업무에 바로 연결이 되는 거에요. 그럴 때 굉장히 행복해요. 지금은 제가 스킨케어 라인을 담당하고 있는데, 립스틱 담당자가 와서 ‘이 세 가지 색상 발라보고 비교해주세요.’ 하면 앉아서 색깔 별로 발라 보기도 하고 다같이 비교해 보기도 하고요. 친구들과 파우더룸에서 수다를 떠는 것 같은 소소한 재미가 있는 거 같아요.

2019년 5월 트렌드슈팅 멤버와 함께 떠난 도쿄 필드트립 @긴자 뒷골목

화장품 회사에서 마케터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
보통 마케팅하면 프로모션이나 광고 등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만을 떠올리는데 회사에 따라 마케팅의 업무 범위는 제각각 다른 것 같아요.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마케팅이라고 하면 시장조사, 상품기획, 가격책정, 런칭까지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죠. 신제품을 개발할 때는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년 정도의 개발기간을 잡고 진행해요. 많은 부서와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를 한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상품기획자, 즉 마케터가 하게 됩니다. 개발 단계에서 어디에 랙이 걸려있는지, 그리고 그걸 누가 풀 수 있는지 ‘키맨’을 찾아내고 협상하는 일을 하죠.

                                                     

정말 능력 있는 여자라도

남편에 의해 운명이 달라질 수 있구나.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죠.

 

사회 생활하면서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분이 있을까요?

함께 일했던 직속 상사들이 다 원더우먼 같은 여자분들이었어요. 오리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와 처음 본 사람을 엄마로 여기는 것처럼, 멋진 여자 상사들과 일하면서 여자도 저만큼 할 수 있구나 깨달았죠. 그런데 남편의 해외 발령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나가게 되는 사례를 여러 번 보게 되었어요. 계속 현업에 남았다면 승승장구 하셨을 텐데, 가족의 사정으로 인생의 거취가 달라진 거잖아요. 정말 능력 있는 여자라도 남편의 행보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았죠. 일하는 여자의 삶은 무엇인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죠. 제 자신을 돌이켜 보니 가장 원하지 않는 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상황이더라고요.

온라인에서도 저만의 롤 모델을 두고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있어요. 트위터를 초창기 때부터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익명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 본인의 직장생활이나 업무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게 쓰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해요. 인스타그램 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가 있어서 좋아요.  

최근에 인사이트를 얻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공적 자아를 투영한 SNS 계정을 꾸준히 운영하면 다른 사람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무언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마케팅 쪽이 업의 특성상 워낙 실제보다 부풀려 자신을 자랑하는 ‘관종’ 성향의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어떤 분들은 잔잔하게 자기 일상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인사이트 이상의 무언가가 되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다른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텍스트로 남기는 것들을 꾸준히 수집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도 일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기록하려고 노력중이고요.

2015년 6월 HFK에서 첫발표 @여의도

요즘 함께 일하는 후배들을 보면 어때요. 생각의 지점을 만들어준 후배가 있을까요

요즘 <90년생이 온다>같은 세대간의 갈등을 다룬 책도 나오고,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 불가한 다른 인류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이게 사회가 비정상의 정상화, 한국 사회가 드디어 개인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지금 후배 세대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입사하던 때보다 훨씬 더 괜찮은 친구들이 엄청난 경쟁을 뚫고 직장생활을 해 나가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후배들은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이에요. 요즘 친구들은 예전 세대보다 표현이 풍부한 거 같아요. 예전에 저는 닮고 싶은 선배가 있어도 그런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로 표현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90년대생 후배가 저에게 그런 표현을 해서 놀랐어요. ‘소영님이 제 롤 모델이에요.’라니. 제 얼굴을 똑바로 보고 돌직구 고백하듯이 이야기 하니 너무 귀엽기도 하고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이 친구가 반짝반짝한 눈을 보니 ‘이 앞에서 더욱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같은 다짐을 하게 되었죠.

그 친구는 어떤 점에서 소영님을 롤 모델로 삼게 되었을까요?

감정적으로 휘몰아치지 않는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후배들이 ‘저도 선배님처럼 빨리 내려놓고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근데 저는 먼저 화부터 나요.’ 라고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불평불만을 먼저 토해놓고 주변사람에게 전가시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저는 빨리 수습하고 일단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생각하고 빨리 실행하는 편이거든요.

사회생활 초반 신입사원 시절에는 ‘공격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유관부서간 충돌을 최소화하며 부드럽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제 성향 자체를 공격적으로 바꾸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업계를 이동했던 것도 있었고 ‘나 같은 사람도 조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요즘 한국의 조직 분위기도 차차 바뀌게 된 거죠. 강압적인 리더보다는 조용히 사람들을 포용하는 캐릭터도 존중 받는 방향으로요.

                                                              

삶의 스탠다드에서

벗어나는 불안을 해소하는데

이런 다양한 만남이 좋은 거 같아요.

정형화되지 않은 삶을 볼 수 있어서.

 

2015년 4월 HFK 첫참석 @여의도

HFK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전형적인 인문대 스타일로 얕고 넓게 호기심을 흩뿌리는 삶을 살아오다 보니, 마케팅 업무를 위한 전략적인 프레임이 부족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대학원을 갈까 생각하면서 검색하다가 HFK를 알게 됐어요. 그 당시에는 매주 이른 토요일 아침에 모이는 모임이었어요. 모임 시간 만큼이나 부지런하고 범접할 수 없는 엘리트들만 모여 있을 것 같아서, 저처럼 나이브한 인문대생은 명함도 못 내밀 것 같아서 구경만 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날, 바로 2015년 4월에 ‘벚꽃 클래스’라고 하루만 공부는 잊고 꽃놀이를 하자는 이벤트가 떠서 한 번 나가보겠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가서 관상이나 좀 볼까?’하며 나갔죠. 여의도의 옛날 스타일 호프집에서 치킨 먹고 돌아가며 자기소개하고. 다들 그냥 저 같은 고민 많은 직장인들이었어요. 그때의 인상이 좋아서 HBR 스터디 모임인 ‘오픈 클래스’ (지금의 경영브릿지)부터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모객을 위해 장벽을 낮추는 이벤트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죠. (웃음)

이번 시즌부터 HFK 파트너가 되셨다고 들었어요.

이번 시즌 부터는 콜라보 테마 [잇플톡] 북토크 세션에서 모더레이터로 참여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식문화와 관련된 책들을 골랐어요. 제가 F&B 비즈니스를 하는 건 아니지만 소비재만큼 역동적인 산업이기도 하고, 다른 업계에서 얻는 인사이트가 일을 하는 데 아이디어를 주는 경우가 있어서 이 주제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2019년 6월 첫파트너 세션 진행 @위워크 강남역2호점

HFK에서 가장 좋은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업무상 관심사나 커리어, 요즘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203040 다양한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저도 어떻게 보면 대학가라고 할 때 대학 갔고, 취업해야 된다고 해서 취업하고, 결혼해야 될 때 결혼하고, 그 다음 단계는 아이를 낳는 것이라는 의무감에 쫓기고 있었거든요.

그런 사회적인 스탠다드에 따르려는 자아와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충돌하다가 이곳에서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게 된 거예요. 이곳에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분이나, 결혼을 해도 아이는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서 그런 고민이 해결되었죠. 대세를 쫓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동지가 있구나!

회사에는 굉장히 정형화된 삶을 사는 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제 또래 일하는 여성들은 육아와 자녀교육, 일과 삶의 밸런스에 더 관심이 많이 기울이시죠. 한때는 그런 이야기들에 편승해야 하는게 아닐까 불안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HFK에 와서 다른 삶의 방식을 접하고, 저처럼 퇴근 후에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싶어하는 별종(?)들을 만나면서 제 삶의 방향과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어요. 특히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느슨한 연대’라는 것도 중요했던 것 같아요.

2016년 6월 ‘오아시스 덕수궁’ 스폰서 멤버들과 @오아시스 덕수궁

                                                     

일을 통해 인생을 배워요

조직이라는 재미있는 생태계에서

회사 자원으로 실험도 할 수 있고

생계에 도움도 되고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목표를 세워서 그것 때문에 힘들어지지 않는 게 목표라고 할까요. 유연하게 그때그때 하고 싶은걸 하거나 호기심을 충족해 나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소망과 희망이 생기는 건 기대치를 만들기 때문에,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갭이 필연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인간을 괴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면 뭔가를 강렬하게 이루고 싶다고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기 보다는, 너무 도취되거나 힘주어 사는 걸 경계해 왔어요.

똑같은 강도의 일이나 사건들이 생겨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건 인생에서 기대치 자체를 낮추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흔들리진 않되 유연하게 살자. 인생은 언제나 가변적이다.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죠.

2019년 6월 잇플레이톡 멤버들과 @위워크 강남역2호점

소영님에게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일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것 같아요. 회사라는 조직, 그리고 마케팅이 재미있는 점이 일반인으로서 가용할 수 없는 막대한 예산을 들고 가설을 세워 실험할 수 있는 거잖아요. 개인사업과 달리 그게 망한다고 해도 최악에 수는 회사에 잘리는 것이지, 내 전 재산을 잃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일하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초연해지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조직 안에서 인간관계의 생리에 대해서도 배우고, 사회가 돌아가는 경제 시스템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게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돈도 받으면서 세상을 공부하는 거네?’ 그런 생각이 종종 들어요. 누가 보면 정신승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웃음) 어찌되었든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나에게 도움이 되니깐요.

내가 성취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생계에도 도움이 되고, 순환하는 세계에서 일원이 되어 있다는 느낌도 주죠.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힘을 합쳐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 내놓고 있다는 것도 의미가 커요. 결과물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라는 건 때로는 고통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고생한 결과물이 닿은 순간을 목격할 때는 감격하게 되어요.

전소영 @soyoung_january


인터뷰, 글: 최서인@se2nee, 박가을@fall_in_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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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과 삶 속, 언제나 의미를 찾아내는 화장품 마케터”의 1개의 댓글

  1. 김대우

    완전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공적 자아를 투영한 SNS 계정을 꾸준히 운영하면 다른 사람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무언가를 축적할 수 있다’라는 대목에서 띵! 했네요:) 3년 넘게 꾸준히 운영해 온 제 개인 페북 계정에 대해 좀 지루해지고 지치려던 참이었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